나 잡아 봐라!
만약 당신이 지폐를 위조하여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인가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가족은 화목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가정의 불화가 시작되죠. 프랭크의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심정이 복잡한 프랭크는 가출을 합니다. 그러나 결코 세상이 쉬울 순 없죠. 프랭크는 가짜 수표로 숙박을 하지만 쫓겨나고 맙니다.
그렇게 거리를 전전하던 프랭크는 아주 괜찮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얼마나 명예로운지, 얼마나 사람들에게 선망을 받는지 보게 된 것이죠. 프랭크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그가 진짜 기장이 될 수는 없었죠. 그래서 프랭크는 항공사에 취재하는 학생 기자로 위장하여 조종사의 일들에 대해서 취재합니다. 그리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종사 행세를 하고 다니기 시작하죠.
이 일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지폐를 위조하면서 돈을 쓰고, 이후에는 찔끔 배운 지식을 활용해 의사를 가장하기도 하며,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실제로 변호사가 되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과정 중 FBI의 추적을 받게 되는 프랭크. 프랭크는 결국 어떻게 될까요?
(아래 내용 중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거짓으로 점철된 삶
요즘에는 밸런스 게임이란 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비슷한 두 가지를 두고 선택을 하는 것인데,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로 갈 것이냐, 과거로 갈 것이냐? 이 영화가 던지는 밸런스 게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천재이지만 거짓말쟁이로 살 것이냐, 평범하게 살 것이냐?
극중에서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똑똑하면서 재치도 있어서 온갖 역경을 극복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말로 이루어진 삶이었기 때문에, 프랭크는 시간이 갈수록 괴로워하죠.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아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계속 도망치는 신세로 살기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게 되면 항상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는데요. 프랭크처럼 똑똑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도피를 하면서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를 포함하는 그 모든 것이 유지될 수 없다면 진정한 삶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때문에 이 영화는 꽤나 유쾌하게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불편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프랭크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죠.
때로는 돈이 간절할 때가 있지만, 저렇게까지 해서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본, 기억에 남는 장면들
사실 프랭크가 이런 기질을 가지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비록 사기꾼이라고 말하기엔 점잖은 편이었지만, 거짓말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는 편이었죠. 그래서인지 프랭크는 아버지를 닮아서, 고등학생 시절에도 사기를 칩니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 행세를 한 것이었죠. 프랭크는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프랑스어 교사인 척하며 수업을 하고 과제도 냈습니다. 이 부분이 프랭크의 똑똑함을 처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과제는 커녕 수업도 진행하지 못할 테니까요. 게다가 프랭크의 사기가 발각된 후에도 아버지가 프랭크를 혼내지 않고 같이 웃는 장면이 프랭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또 다른 장면으로, 재혼한 엄마의 집으로 찾아간 프랭크가 기억에 남습니다. FBI에 체포된 이후에 탈출하여 찾아간 것이었죠. 프랭크가 본 것은 어린 여자 아이였습니다. 재혼한 엄마의 딸이었겠지요. 결국 엄마와 마주치지 않고 프랭크는 다시 체포됩니다. 배 다른 동생을 본 프랭크의 심정이 어땠을지, 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프랭크의 어릴 적 가지고 있던 가족과의 기억이 모두 부서지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글에서 느낀 점들을 굉장히 어둡게 적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게 진행됩니다. 그러니 편하게 볼 영화를 찾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사유할 거리를 찾는 분들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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