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가 돌아왔다?
만약 죽은 아내가, 혹은 돌아가신 엄마가 어느 날 당신에게 돌아온다면? 이야기는 흥미로운 가정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시작됩니다. 아빠 우진의 아내이자 아들 지호의 엄마인 수아가, 심지어 기억을 잃은 채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기억을 잃은 수아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어찌 되었건, 수아는 우진과 지호 곁에서 생활해 가기 시작합니다.
수아가 가족에게 돌아오면서 가족의 일상은 변화합니다. 같이 놀이를 하고, 밥을 먹고. 많은 것들이 훨씬 화목하게 변해가죠. 그러나 행복은 결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수아는 어느 순간 자신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점점 가족의 정은 깊어져만 가는데, 수아는 초조합니다. 자기가 떠나간 후 남겨질 우진과 지호가 걱정되기 때문이죠. 수아는 자신이 없게 될 가족을 생각하며 떠나갈 정리를 합니다.
과연 우진과 지호는, 그리고 수아는 다 같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뻔하다면 뻔한, 시간을 거슬러 온 이야기
타임슬립은 반전이라고 하기엔 이제는 너무 익숙한 주제입니다. 수아가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떠나가야 하는 이유도 모두 과거의 시간대와 얽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슬립이라는 소재가 흥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른 이들의 소망을 이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그 때 했으면 좋았을 것들. 그것들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그 때 하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하지 않았다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 지, 한 번은 모두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는 게 아니고, 시간을 거슬러 미래로 가는 경우입니다. 미래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를 안다면 어떨까요? 과거로 돌아와서 모든 걸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미래를 꿈꾸기도 할 것입니다.
수아가 죽으면서 망가졌던 가족의 일상이 수아가 살아 돌아오며 회복됩니다. 그리고 회복된 상처는 평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과거의 수아는 우진과 다시 만날 결심을 하게 되죠. 미래로 가게 되던, 과거로 돌아가게 되던,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수아의 선택은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임과 동시에, 가족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타임슬립 소재는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가서 자신의 선택을 바꾸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메인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고정 관념을 깹니다. 수아가 자신의 선택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까?’, ‘내가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선택의 이유는 가족의 행복이라는 결말과 맞닿아 있는데요. 여러분들의 삶은 어떠한가요?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을 선택하실 만큼 행복한가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다만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더 행복해지실 수 있기만은 바라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본 사소한 감상들
저는 몰랐습니다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영화가 원작입니다. 때문에 일본 원작과 비교하여 평가 절하하는 리뷰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저평가하는 리뷰들에서도 이 영화의 몇 가지 포인트만큼은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꼈던 사소하지만 인상 깊은 포인트들을 짚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감칠맛 나는 조연, 배유람, 고창석 배우입니다. 홍구 역을 연기한 두 배우는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아주 잘 해냅니다. 과장 없이, 부족함 없이, 영화의 감성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입니다. 두 배우가 극중에서 어떤 연기를 하는지, 어떤 역할을 맡는지만 보아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호의 학예회 씬입니다. 떠날 사람과 남겨질 사람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빨래를 잘한다”, “나는 요리를 잘한다”, “나는 우리 아빠를 지켜줄 거다. 엄마랑 그렇게 약속했다”. 사소한 것들로 이끌어내는 슬픔이 더 컸습니다.
세 번째는 손예진 배우입니다. 기실, 말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극의 주인공은 우진, 지호, 수아 모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모든 흐름은 수아로 시작해서 수아로 끝납니다. 손예진 배우는 그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맡아서 감정의 흐름을 잘 전달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손예진 배우가 울면 관객은 따라 우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 어떻게 보면 뻔한 영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영상미나 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분들께. 앞으로 보고 싶어질 사람과 있는 분들께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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