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출연진, 소설 같은 전개
여기에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이엘, 송재림이 나오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관에 갈 필요도 없고, 핸드폰을 들어 넷플릭스를 켜면 바로 볼 수 있죠. 당신은 안 보시겠습니까?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저로서도 상당한 기대를 안고 본 영화입니다. 야차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도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인도 신화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극중에서는 설경구가 연기하는 역할인 ‘지강인’이 가지고 있는 별명이기도 합니다. 왜 지강인이 야차인가, 왜 제목이 야차여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후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상당히 긴장감 넘치게 시작합니다. 중국 선양시 국가정보원 지부장인 지강인이 두더지 – 배신자를 잡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이로부터 4년이 지난 후, 검사 한지훈은 모종의 이유로 국가정보원 검사실로 좌천됩니다. 원대 복귀를 하기 위해서, 한지훈이 선양시로 가게 되고, 지강인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진행됩니다.
제가 이야기의 모든 흐름을 풀어내려고 하면, 구구절절하게 누구는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고, 누가 배신을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항을 모두 말하게 될 것 같아서, 전반적인 줄거리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건데, 이 영화의 흐름 자체는 긴밀하게 짜여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여러 편의 영화로 나왔으면 더 나았을까요, 아니면 드라마로 나왔으면 나았을까요? 이야기는 선양시에 모여 있는 몇 나라의 정보원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대립은 한국과 일본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어떤 세력은 너무 실망스럽게 몰살을 당하고,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소수이면서도 개개인이 굉장히 강력하게 나옵니다. 요즘 말로는 밸런스 붕괴라고 할까요. 국민을 위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일까요? 저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보면서 불편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정의는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제가 보면서 굉장히 실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리뷰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극중 한지훈은 상인그룹 회장인 이찬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번만 거짓말하면 잡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로 이찬영을 놓아줍니다. 한지훈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정의는 과정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강인은 정반대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의는 결과가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단 정의 뿐만이 아니고, 흔한 사회의 일에도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과정이 좋아야 좋은 것이냐, 결과가 좋아야 좋은 것이냐 하는 문제는 꽤 오래된 주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의에 적용되었을 때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사람의 목숨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이런 액션 영화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잡초처럼 여겨지고, 매일 사람이 죽어갑니다. 한지훈은 어떠한 목적으로도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지강인은 다릅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이기에, 만나는 적은 죽여야 합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해질 것이고, 정의를 지키려면 그 과정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지강인이 야차로 불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내자면, 이것은 역치,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이런 사회에서는 누구를 죽인다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강인이 처해있는 선양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당장 죽이지 않으면 죽는 세상에서, 과정마저 정의로워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통용될 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법과 정의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의를 지키기 위해 정의를 어긋나게 하는 것은 오류와도 같으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과정이 중요할까요, 결과가 중요할까요? 영화 자체가 준 실망감에 비해서, 흥미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영화였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연출과는 관계없이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남는 분들께서는 한 번쯤 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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