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곁들여진 세계대전
때는 1930년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치열하게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스페인도 마찬가지죠. 여러 나라가 참전한 까닭에, 스페인 안에서도 여러 나라의 군인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한 마을이었습니다.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던 와중 웬 군인들이 마을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학살한 후 무엇인지 모를 연막을 퍼뜨립니다.
이들은 이미 다 죽은 사람들 위로 왜 연막을 뿌리는 것이었을까요?
대위 한은 재판에서 일명 ‘빨갱이들’ 사형을 막아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장군인 삼촌 덕분에 당장 사형되는 것은 면하지만, 대신 사형과 다를 바가 없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6연대에 있는 알라르코스 대령에게 서신을 전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한 대신 한이 사형을 막고자 했던 ‘빨갱이’ 중 한 명인 데크루스 이병이 함께 하게 됩니다.
한과 데크루스는 가는 길에 전투에서 진 조종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아군이라고 판단하고 도우러 간 일행. 그런데 조종사는 이미 죽은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두 발이 무언가에 뜯겨 나간 것 같은 상처와 함께.
그리고 그곳에서 일행은 적군을 조우하게 됩니다.
적군에게 사살당할 뻔했으나 순간의 기지와 적군의 자비로 목숨을 건지게 된 일행. 일단 일행을 초소로 데리고 가려 합니다.
적군에 포함되어 있던 미국인 기자는 사진을 찍고자 조종사 가까이로 갑니다. 퓰리처 상을 노리는 종군 기자가 으레 할 법한 일이었죠. 애도 의식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요? 갑자기 눈을 뜬 조종사가 기자의 목을 물고 맙니다! 적군에 속해 있던 소련인 군인 브로드스키가 서둘러 기자를 떼어놓고 조종사를 날려버리지만 이미 기자는 죽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조종사는 두 다리가 없어 기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향해서 다가옵니다. 무시무시한 적의를 가지고!
총을 난사해보지만 조종사는 죽지 않습니다! 어느새 발치에까지 도착한 조종사! 그러나 머리에 총을 맞으니 움직임을 멈춥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죽은 줄 알았던 기자도 눈을 뜨고 공격을 시작합니다! 심지어 본인과 같이 온 사회주의 군을 향해서!
목을 꺾어서 기자를 순식간에 다시 죽여버린 브로드스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죽지 않습니다. 결국 기자도 머리에 총알 구멍이 나서야 움직임을 멈춥니다.
영문 모를 상황을 두고 초소로 이동한 일행. 그런데 초소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죽어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일행을 향해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그들. 결국 일행은 죽은 자들을 하나하나 죽여가며 초소를 빠져나갑니다.
때 아니게 함께 하게 된 두 진영의 사람들. 과연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때로는 B급이 더 괜찮다!
어떤 영화가 A급이냐, B급이냐 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행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B급 감성을 지향하는 영화가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다른 리뷰들을 살펴 보아도, 이 영화는 꽤나 확실하게 B급 감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B급 감성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B급은 B급 나름대로의 재미를 갖추고 있지요. 여러 다른 B급 영화를 포함하여,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을 두 가지 꼽아보며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엥? 어떤 분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이게 왜 장점이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바는 이렇습니다.
사실 어떤 사정이나 관계가 슬프거나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다뤄지면 오히려 짜증이 납니다. 특히 전쟁 영화나, 좀비 영화를 포함한 재난 영화 같이 긴급하고 급박한 상황을 그리는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사회상이 그렇고, 거기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안타깝거나 영웅적인 면모가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으면 오히려 미묘한 불쾌함이 오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B급 영화는 다릅니다. 기대값이 달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그런 면모들이 세련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냥 받아들이기 쉬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이유에 덧붙여서, 상당히 긴급할 수도 있는 장면도 웃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너무 현실이 아닌 것이 딱 드러나서, 감정 이입 없이 명확하게 관객으로서만 시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이런 경험은, 감정 소모 없이 영화를 대하게 되어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합니다.
때문에 ‘죽은 자들의 골짜기’는 꽤나 나쁘지 않게 만들어진 B급 영화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킬링 타임 용도로 괜찮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으므로, 생각을 비우고 편히 시간을 보내고 싶으실 때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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