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프 코신스키
크리스 햄스위스, 마일즈 텔러, 저니 스몰렛, 테스 호브리치, 베베 베튼코트, 마크 패귀오
이 포스트는 – 전부가 아니라면 – 많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선을 넘은 과학자들: 영화 줄거리
- 가짜 과학자의 심리학 실험: 영화 리뷰
선을 넘은 과학자들
스파이더헤드는 섬에 위치한 감금 시설이자 연구 기관인 스파이더헤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연구 기관은 단 두 명의 연구자가 관리하는데요. 스티브 애브네스트(크리스 햄스위스)와 마크(마크 패귀오)가 바로 그들입니다.
감금 시설이라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범죄자들을 가두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 안의 모습은 몹시 흥미롭습니다. 두 연구자를 제외하고도, 사람들, 즉 범죄자들이 아무 구금 장치 없이 활동하고, 음식을 해먹고, 청소하는 등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는 제프(마일즈 텔러)를 통해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스티브와 마크는 제프를 데리고 어떤 장소로 가서 약을 주입합니다. N-40라는 약입니다.
“승인합니다 (Acknowledge).”
형식적인 허락을 거치면서 약이 주입된 제프는, 공사 현장을 보고서도 아름답다고 느끼며, 이 광경을 사랑한다고 얘기합니다.
이 약은, 러브액틴이라고 불리며, 사랑을 유도하는 약입니다. 즉, 그들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약이 주입되는 방식과 그를 통제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그들은 모비팩이라는 기계를 등 뒤에 달고, 그곳에 약물 캡슐을 장착하여 주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물의 양에 대한 통제는 무려 핸드폰으로 합니다!

사랑을 전혀 유발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이끌어 낼 정도니, 그들은 바로 다음 실험에 착수합니다. 바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입니다.
그들은 제프와 헤더(테스 호브리치)를 같은 방에 넣고 둘 모두에게 N-40를 주입합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서로 그저 그렇게 바라보던 둘이, 순식간에 호흡이 가빠지고 서로를 미묘하게 쳐다보다가, 19세 이하 관람불가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스티브는 본인 스스로도 모비팩을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N-40의 효과를 체감해보기도 하죠.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여하간에, 연구소장인 스티브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알려주지 않은 채로, 스티브는 제프에게 갈등의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제프가 N-40를 통해 관계를 맺은 여성은 헤더뿐만이 아니라, 세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티브는 두려움을 느끼는 약 I-16을 헤더와 세라 둘 중에 누구에게 투여하게 할 것이냐, 하는 딜레마를 안겨준 것입니다. 제프는 결정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반응을 봐야만 했던 스티브는 다른 실험 세트를 준비합니다. 딜레마를 주지 않게끔, 이미 상대방은 선정해 놓았습니다. 헤더입니다. 스티브는 헤더에게 I-16을 주입하며 제프가 느끼는 바를 얘기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두려움을 느껴 이곳저곳에 부딪치던 헤더의 모비팩이 부서지면서, 과량의 I-16이 주입되고, 견디지 못한 헤더가 자살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수습하러 마크와 스티브가 사라진 사이 제프는 스티브가 흘리고 간 키를 통해서 스티브의 기록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O-B-D-X’라는 이름을 보게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아주 수상하다는 확신도 얻게 되죠.
제프는 마크를 설득해 무언가 일을 꾸밉니다.
스티브는 최종적으로 한 가지 실험을 더 해봐야 한다며 제프를 부릅니다. 왜인지, 마크는 출근을 하지 않은 상태죠.
스티브는 제프가 이 스파이더헤드 내에서 N-40와는 전혀 관계없이 사랑에 빠진 리지(저니 스몰렛)를 부릅니다. 그리고 리지에게 I-16을 주입하라고 하며 핸드폰을 내어주죠.
약을 투여하는 제프. 그런데 이상합니다. 두려움에 떨어야 할 리지는 온데간데없고, 스티브가 이를 지켜보고 웃고 있습니다. 제프가 스티브에게 다른 종류의 약을 투여한 것이었습니다!
본인의 이상함을 깨달은 스티브가 제프를 제압하려고 하지만, 서로 다투다가 스티브의 모비팩이 깨지면서 약이 과다 주입되게 됩니다. 이미 경찰을 불렀다는 말에 스티브는 어서 스파이더헤드를 빠져나가 도망치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오작동하는 모비팩. 비행기를 조종하면서도 울다가 웃다가 두려워하다가… N-40가 과다 주입되었는지, 어느 한 순간 햇볕에 매료되는 스티브. 결국 비행기는 어딘가 부딪쳐 폭발합니다.
제프와 리지는 보트를 타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제프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자신을 용서하는 약이 있으면 좋겠어. 그걸 먹으면 모두 새로 시작되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고, 소중히 여기고, 내 앞엔 모든 게 펼쳐져 있는 거야. 하지만 그런 약은 없어. 그러니 스스로 해내야 해.’
가짜 과학자의 심리학 실험
영화 ‘스파이더헤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얘기합니다. 바로 사람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약에 대한 것이죠.
그런 약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령 우울증 환자들이 처방받을 수 있는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대표적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 영역 및 그와 관련된 분자 기전에 대해서도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요.
그러나 그 어떤 약도,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의 남녀 사이에게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넘어 바로 관계로 이어지게끔 하지는 못합니다. N-40의 예시를 보면 말이죠. 이런 부분들은 영화적 허용입니다. 그리고 이런 허용이 아주 재밌는 상상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 바로 이 스파이더헤드가 말이죠.
그런데 과연 해리포터의 아모텐시아를 연상시키는 이 약, N-40와 같은 약물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랑이 정말로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일까요?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또 알아가고, 존중하며, 서로의 많은 부분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 사람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요. 그런데 N-40는 막 본 사람에게서도 성적인 관계를 허용하게 만듭니다.
과학적으로도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비슷한 역할을 하게 합니다 – 물론 옥시토신을 치사량으로 주사해도, 방금 본 남녀가 남녀상열지사를 겪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서로 설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보건데 스티브가 정말로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약을 만드려고 했다면, 그것은 실패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사랑’이라고 하는 것에서 이를 얼마나 잘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을 텐데요. 스티브의 실험에서 제프가 헤더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것이 싫은 이유가 N-40에 의해서 지속된 ‘사랑 비스무리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간적인 면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전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흥미로운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스티브가 정말 과학자라면 – 그리고 정상적인 코스를 밟은 과학자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 실험을 설계할 리가 없거든요. 제가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써 얘기하건데, 이 실험을 망할 수밖에 없었던 실험입니다. 이럴 수가, 통제되지 않는 변인들이 이렇게도 무수히 많은데… 제가 실험 설계자였다면 아주 기함을 토할 일입니다.
생명과학이나 의학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도 망한 실험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누구도 과학자에게 자문을 받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런 부분은 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소재나 흐름 및 배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특히 영화 대사들에서 보이는 굉장히 모순적인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프는 이 감옥의 수감자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리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다들 나쁜 사람이라는데, 나쁜 사람이 없잖아.”

또, 메인 캐릭터인 제프가 가진 사연이나, 스티브가 보여주는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입니다.
제프는 이 약에 대해서 계속 “승인”하였던 이유가, 자신의 속죄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Deserved). 그리고 그가 왜 속죄하는지, 그가 전화하는 엠마(베베 베튼코트)는 어디에 있는지도, 그가 가진 사연으로 밝혀집니다.
스티브는 그야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표본입니다. 스스로의 몸에도 모비팩을 심어 실험하는 정신은, 정신 나간 과학자의 상징이나 다름없죠… 특히 이런 종류의 심리와 밀접한 실험에서는 더욱 그렇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베리 마셜 박사처럼 헬리코박터균을 마셔 위궤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는, 생물학적인 실험과는 궤과 다르지요.
그러나 그런 모습들로 인해서 스티브가 보여주는 이런 정신 나간 실험들이 개연성을 갖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싸이코패스적인 발언들이나, 뒤로 마크와 제프를 속이고 있는 것들까지 말이죠.
여러 모로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 스티브 역을 맡은 크리스 햄스위스 배우님께서 울고 웃고 여러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탄이 나올 수준입니다. 제프 역을 맡은 마일즈 텔러 님도 그렇습니다.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 ‘스파이더헤드’를 추천합니다. 꽤나 재밌게 보실 영화일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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