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왔다고?
테디(케빈 하트)는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광고를 만들어주던 마티에게서도 해고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내인 로리(자스민 매튜스)의 생일을 맞아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로리를 스파에 두고, 테디는 깜짝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예약해둔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하필 주소를 인쇄해 둔 종이가, 프린터 토너의 부족으로 흐릿합니다. 적당히 맞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간 집은 – 또 다시, 하필이면 – 본래 암살자인 ‘맨 프롬 토론토(토론토에서 온 남자; 우디 해럴슨)’가 가기로 한 집입니다.
테디가 빌렸기 때문에 비워져 있어야 할 집에는 웬 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테디를 토론토로 착각하고, 지하로 데려갑니다. 지하에는 묶여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테디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심상치 않은 것을 짐작하고, 최대한 암살자 흉내를 냅니다 그런데 웬 걸? 이 남자가 알아서 겁을 먹어버리더니, 술술 불어버리는 겁니다!
때마침 쳐들어온 FBI에게 잡힌 테디. 그런데 FBI는 테디에게 이상한 것을 요구합니다. 이미 테디의 사진을 찍어 토론토라고 알린 일당들. 그렇기 때문에 테디가 토론토의 흉내를 내기를 바랍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테디는 FBI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 그 과정에서 많은 빚을 FBI가 대신 변제해 주지만요. 그런데, 테디의 앞에 진짜 토론토가 나타나고 맙니다!
진짜가 나타났다
‘맨 프롬 토론토’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는 눈 감고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가치가 있을 만큼 재밌었습니다! 몇 가지를 장면들에서 느낀 점들은 뽑아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처음 테디가 토론토 흉내를 낼 때입니다. 테디는 극중에서 입담이 굉장한 사내로 나오는데, 집에 있던 사내들이 묶인 남자를 죽일 것 같으니, 최대한 나서봅니다. 그리고 테디의 원맨쇼가 시작됩니다.
“당신들 전부 내가 누군지 알 거야.”
“나를 알면, 내가 대화를 푸는 걸 좋아하는 걸 알 거야. 대화로 전부 해결하는 거 말이야.”
테디는 남자의 근처에서는 속삭이면서 남자를 안심시키려 합니다.
“내가 아는 건 말이야!” –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저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날 토론토 사나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뭔지도 몰라요! 쟤들이 원하는 게 뭐예요? 줘 버려요! 돈이에요?’
웃긴 건 이렇게 속삭이는 것조차도, 사내들은 토론토가 으레 하는 일로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는지, 묶인 남자는 테디가 하는 뻔히 속 보이는 위협에 비밀번호를 실토합니다. 웃으면서 봤는데, 사실 저 같아도, 묶이고 다친 상태에서 고문가라는 사람이 와서 저렇게 말을 하면, 속이는 것이거나, 싸이코패스거나, 이중인격자로 알았을 것 같습니다 :)
두 번째는 비행기에서 진짜 토론토를 만날 때입니다.
“당신들이 모기처럼 징징대는 이 놈을 진짜 토론토 사나이라고 생각하다니 놀랍군.”
“내 말 믿어. 내가 토론토 사나이야.”
토론토와 언쟁을 벌이는 테디. 그리고 테디는 실수하고 맙니다. 토론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훔치려다, 19세기 미국 시로 얘기가 넘어간 것이죠. 그리고 토론토는 테디에게 ‘키츠’의 시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그 여자의 옛날 시? 아니면 신작?”
“글쎄, 그 남자는 25살에 죽었어.”
잠깐 찡긋하는 테디의 눈썹. 테디는 말을 돌립니다.
“젠더 에티켓도 없이 여기 오다니 깡도 좋군. 그는 이제 자신을 남자로 규정하지 않을지도 몰라. ‘성 중립’이라고 들어는 봤어? 메시지를 이해 못 했나보군.” “다들 괜찮아? 불쾌한 사람 없어? 너 불편해?”
이 영화의 많은 대사와 상황들이 그렇지만 글로 전달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밌을 것입니다! 테디는 빠르게 말하고, 문장 안에 문장을 구사하면서 최대한 말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능숙하죠 – 물론 본인이 알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속이고 진행하는 것은 차후에도 계속됩니다. 거래의 상대방이 테디를 토론토로 생각한다는 것을 토론토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토는 테디를 계속 살려서 데리고 다닙니다.
이외에도 많은 웃기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마냥 웃기는 장면만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의 정석답게 그럴듯한 교훈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실현하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깨부숴야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메시지도 극 사이사이에 어색하지 않게 적절히 스며들어 있으니, 영화를 보시면서도 웃는데 지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 말로 하더라도 코미디 영화는 한 번 보느니만 못하죠.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재밌는 영화 ‘맨 프롬 토론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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