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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 너, 내 동료가 돼라! 근데 가상 현실에서…

by 총천연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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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
타이 셰리던, 올리비아 쿡,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멘델슨, 리나 웨이스, 모리사키 윈, 필립 자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고도화된 미래, 가상 현실 게임이 개발되고, 게임 개발자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게임 속에 이스터 에그, 즉, 숨겨놓은 키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세 개의 열쇠를 찾아 이스터 에그를 가지는 사람이 게임을 포함한 회사 모든 것을 가지게 되도록 유언을 남기죠.

해피 엔딩이라는 것만 밝혀도,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두 예상하실 것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 여느 영화처럼 –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특별히 더 흥미롭고, 나오는 캐릭터나, 소재들이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것들일 수 있으므로, 줄거리를 훑어 보시는 것보다, 반드시 영화를 보시는 편이 더욱 재밌을 거라 장담합니다. 특히, 감독도 스필버그잖아요 :)

여하간, 그렇기 때문에 줄거리보다는 감상 위주로 리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너, 내 동료가 되라! 근데 가상 현실에서…

영화 초반부도 설정에 대한 설명이 들어오거나, 여러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이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그려집니다. 특히 가상현실 게임이란 것에 대해서 이렇게 영화로 구현했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재밌습니다 – 이런 가상 현실 게임에 대한 감상은 뒷부분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고, 정말 웃기면서도 골치 아프게 느껴진 부분들은 또 따로 있어서 그런 부분들 위주로 간단히 먼저 서술해 보겠습니다.

1. 영화의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넘어가는 시점, 퍼시벌(웨이드; 타이 셰리던)은 아르테미스(사만다; 올리비아 쿡)에게 호감을 느껴서 고백하게 됩니다. 무려,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말이죠. 그러면서 현실에서 만나자고 얘기를 하죠. 자신의 본명까지도 얘기하면서! 그런데 이게 웬 걸? 퍼시벌을 엿듣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그 자리에서 퍼시벌을 죽이려고 함과 동시에 웨이드를 찾아내려고까지 합니다.

어이없게도, 이 장면에서 그렇게 말하는 퍼시벌을 보며, 제가 한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개인 정보 지켜!’ 엄청난 스팸 전화, 보이스피싱에 시달리는 한국인이라서 그랬던 걸까요? 가상 현실에서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자신이 찾은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고 있을 텐데도, 그렇게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영화이고, 게임이다 보니 웃고 말았지만요.

2. 퍼시벌과 아르테미스를 비롯한 친구들은 할리데이가 봤던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키를 찾습니다. 스티븐 킹 원작의 ‘샤이닝’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1980년대에 나왔던 영화 – 심지어 공포 영화였기에, 제가 딱히 찾아서 본 경험은 없는 영화였고, 그렇게 때문에 재밌게 연출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면, 이 영화에서 나왔던 수많은 캐릭터들에서 느꼈던 그런 향수와 흥미를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때문에 보시는 분들 중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화 ‘샤이닝’을 먼저 보고 보시면, 자그마한 즐거움이라도 더 크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안 보더라도 영화의 이해나 기본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3. 웨이드는 소렌토(벤 멘델슨)의 기기를 잠깐 본 것만으로도, 거기에 같이 적혀 있던 패스워드를 기억합니다. 잠깐이라면 기억할 수 있겠지만, 웨이드가 비밀번호를 보고, 나중에 떠올리기 전까지 수많은 사건이 있었던 만큼, 웨이드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웨이드가 똑똑한 것을 – 아니면, 최소한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웨이드가 할리데이에 대해서 그렇게 잘 기억하고, 아는 것만 봐도 그의 천재성을 눈 여겨 보기에는 충분합니다. 할리데이의 광팬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게임 내에 저장되어 있는 할리데이의 기억을 통틀어 ‘키라’가 나오는 것이 단 한 번뿐이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광팬이어서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둠 행성, 오수복스 구슬

4. 퍼시벌이 둠 행성 앞에서 하는 연설은, 비록 그것이 가상현실이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가슴 뛰는 장면입니다. 마치 세계를 지키자고 하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연설 이후에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이어가는 공세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유령 군대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 아쉽게도 유령 군대가 모든 오크들을 휩쓸고 간 것에 반해서, 이 군대는 지지부진합니다…

이 장면은 이후에 나오는 현실에서의 도움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퍼시발만 남게 된 게임, 그러나 그것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계를 통해서 퍼시발은 빈민촌에 기거하는 실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들은 소렌토가 오자 모두 거리로 나와 소렌토를 막아서는데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고, 그것에 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First to the key!” “First to the egg!”

퍼시발의 요청에 응하는 플레이어들의 답변이 모두 게임의 캐치 프레이즈로, 서로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외쳐나오는 장면이 장관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가지 장면에서도 재밌는 부분이나, 위트 있는 대사들이 있었습니다. 가령 거리를 지나다니면서도 모두 게임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나, “날 용서하게 될 거야” 하는 대사가 그렇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자잘하지만, 영화에서 보면서 꽤나 감흥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직접 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픽셀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상 현실 게임에 대한 생각입니다!

위에 얘기했던 것들이 영화 내에서 재밌는 부분들이긴 했지만, 사실 영화의 주된 소재 자체이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가상 현실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판타지 소설로 가상 현실 게임이 소재가 된 것은 꽤나 된 얘기인데요. 장르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달빛 조각사’나 ‘아크’와 같은 소설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 가상 현실을 기반으로는 하고 있는 소설들이죠.

제가 장르 문학을 많이 읽어오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소설들과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와 그 소설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가상 현실을 정말 즐기고, 주된 놀이나 생활 공간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보다시피 사람들은 현실에서 지내기보다는 가상 현실에서 시간을 더 보내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가상 현실을 통해서 돈을 벌기도 하고, 가상 현실 게임을 주축으로 한 사업들이 가장 큰 경제 사업체가 됩니다.

주인공이 가상 현실의 히든 피스를 가져가는 것도 이런 공통점 중에 하나입니다. 퍼시벌은 키를 가져갔고, 그것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현실에서도 돈과 행복을 쟁취합니다. ‘달빛 조각사’에서는 주인공이 숨겨진 직업을 가지게 됨으로써 많은 것을 얻게 된 것과 같은 흐름입니다.

공통점만 있냐 하면, 차이점도 명확합니다.

아마 전달하는 소재에서 더욱 그 차이가 두드러진 것 같은데,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스토리를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해야 했고, 그래서 두드러진 사건들만 보여주므로 가상 현실에서 일어나는 연대기적 사건들은 오로지 퍼시벌이 키를 쟁취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뿐입니다.

그러나 책을 매개로 한 소설들은 이런 가상 현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훨씬 더 다양한 일들을 스토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더욱 풍성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너무 풍성한 나머지, 쓸데없는 부분들도 많이 생기는 것이 소설이므로, 무엇이 더 낫다고 얘기하기는 힘듭니다.

짐 레이너

더 다양했으면 싶은 면이 분명히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레디 플레이어 원’이 즐거웠던 이유는, 사람들이 항상 상상하기만 했던 것을 구현해 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던 모든 캐릭터가 – 건담, 고질라, 오버워치의 트레이서, 키티, 오크, 스타크래프트의 마린, 처키 등이 – 모두 당신의 옆에서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일입니다.

그런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독자님들에게도 설레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추신. 두번째 소제목을 픽셀로 하였지만, 사실 3차원적이므로 복셀(voxel)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혹은 그것보다 더 전문적인 단어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픽셀이 더 사람들에게 편하고 와 닿는 단어라고 생각해 픽셀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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