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글에는 온통 스포일러로 가득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서 리뷰만 보고 싶으신 분들은 두 번째 소제목으로 가시면 됩니다! 물론, 그곳에도 스포일러는 많습니다…
2. 대사는 기억에 의존하므로 실제 대사와 다를 수 있습니다.
가족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여행
비가 오는 늦은 밤. 소영(이지은)은 한 교회의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를 두고 갑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 수진은 아이를 베이비 박스 안에 넣어두고, 이형사는 아이 엄마인 소영을 따라갑니다.
수진이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수(강동원)와 상현(송강호)이 아이를 받아 봅니다. 그리고 익숙한 손길로 아이를 다루며 동수에게 CCTV를 지울 것을 얘기합니다. 그들은 아이를 입양시키면서 돈을 받는 브로커입니다.
아기에게는 편지가 있습니다. “우성아 미안해, 꼭 데리러 올게.” 동수는 코웃음칩니다. “또 시작이네, 그 놈의 꼭 데리러 올게.”
상현은 우성을 집에 데리고 옵니다.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날이 밝자 동수에게 뜬금없는 얘기를 듣습니다. 아이 엄마가 진짜로 아이를 데리러 왔다는 것. 동수는 아이가 없는 척을 하려고 했지만,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사실을 말하고 세탁소로 데리고 옵니다.
상현과 동수가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영. 의외로 소영은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그들을 따라 나서 우성이 입양되는 것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물론, 돈은 보너스로 따라오는 것이죠.
다음 날, 떠나려는 상현의 앞에 한 남자가 섭니다. 지인의 아들인 태호(류경수)입니다. 태호는 피 묻은 옷을 세탁을 맡기면서 상현에게 빚을 갚으라고 말한 뒤 사라집니다. 상현은 당황스럽지만, 빚을 갚기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첫 번째 고객은 영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우성의 눈썹을 보고 사진과 다르다며 우성의 가격을 깎으려고 하지 않나, 아이를 사는 데도 12개월 할부를 하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소영은 계속 욕지거리를 하며 거래를 파토 냅니다.
거래가 무산되자 일행은 일단 묵을 곳을 찾아 갑니다. 동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육원입니다. 그곳에서 소영은 동수의 과거사를 알게 됩니다. 동수도, 엄마가 버린 아이였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묘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한편, 보육원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소영은 입양된 아이가 보통 겪는 일들에 대해서도 듣게 됩니다. 그들의 얘기를 듣는 소영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보육원을 떠나는 일행. 그런데 또다른 일행이 따라붙습니다. 보육원의 아이인 해진(임승수)입니다. 해진은 그들 일행이 가족이 아니고 우성을 팔러 가는 동행인 것을 전부 엿듣고는 – 무서운 줄도 모르고 – 본인도 따라가게 해 달라고 합니다. 어쩌면 애초에 나쁜 사람들의 모임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해진을 같이 데려갑니다.
그 시각, 수진은 상현과 동수를 현행범으로 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요. 단순히 아이 엄마로만 생각한 소영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고, 그 때문에 그들의 미행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을 알게 됩니다.
수진과 이형사는 감형을 조건으로 소영과 직접 얘기하여 상현과 동수를 사로잡기로 수를 씁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그들은 일행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그런데 의외입니다. 일행의 대화는 아이를 팔기 위해서 가는 일행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들은 소영과 직접 얘기도 하면서 소영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왜 낙태하지 않았는지. 왜 베이비 박스 바깥에 버렸는지. 그러나 소영은 솔직하게 마음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함정이었던 고객을 지나쳐, 마지막 고객을 만납니다. 윤씨(박해준)와 그 부인은 사산을 이유로 아이를 입양하려고 하는데요. 일행이 보기에도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부부. 소영이 보기에, 그들에게 우성을 맡기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윤씨는 한 가지 조건을 내겁니다. 자신들이 친자식처럼 키우고 싶어 소영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그들은 하루의 말미를 가지고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온 일행.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들은 월미도로 갑니다. 해진이 타고 싶어 했던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마치 가족처럼 사진도 찍고, 대관람차를 타고, 그 안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보내기 전 마지막 밤. 소영은 그들에게 그렇게 얘기합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낯간지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상현과 동수. 상현은 등마저 돌리는데요. 아이라서 쑥스럽지 않았던 걸까요. 해진이 소영에게 같은 말을 건냅니다. “소영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소영은 수진에게 자수하러 갑니다.
그리고 상현과 동수, 해진은 우성을 데리고 윤씨를 찾아갑니다. 찾아가는 길에 태호가 따라붙습니다. 상현은 태호를 막아서고, 동수와 해진만이 윤씨의 집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윤씨의 집에 수진과 경찰들이 들어오며 모두를 연행해 갑니다.
모두가 잡혀가고 있을 때, 상현은 어딘가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뉴스에는 살인 사건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2년 반쯤이 지났을까요? 수진은 소영에게 이야기를 남깁니다. 우성은 잘 크고 있다고. 윤씨는 집행유예로 아직 아이를 입양할 수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보고 있다고. 동수와 해진에게도 연락해 놓았으니 같이 보고, 아이의 미래를 얘기하자고.
일하고 있는 소영. 그리고 가족사진이 걸린 차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가족 사진은 마치 퍼즐처럼
이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큰 테마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간단하게 몇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들을 먼저 얘기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줄거리에는 ‘함정이었던 고객’으로 줄여 표현했지만 이동휘 배우님께서 송씨로 출연하십니다. 평소 극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처럼 재미나게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로 잘 기능해주신 것 같습니다.
극의 분위기는 송씨 같은 캐릭터로 반전되기도 하지만, 빛과 어둠의 대비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특히 어둠 속에서 감독이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보육원에서 동수와 소영이 어두운 밤중에 말다툼을 한 후 다음 날 아침이 되면서 화해하기도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터널을 지날 때마다 소영의 진심이 나오기도 합니다. 상현의 마음도 얼핏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모텔에서는 불을 끄고서 영화의 의미가 전달됩니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 태어나줘서 고마워 – 말해주는 것처럼요.
이렇게 마음 속에 있는 얘기들을 꺼내면서, 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차분하고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사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정이란 게 굉장히 무겁습니다.
소영은 청소년기부터 성매매를 해왔고, 그러다가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으며, 이제는 살인도 저질렀습니다. 보여지는 모습으로 생각하면, 소영은 마치 속은 여리지만 기 죽지 않기 위해 세게 행동하는 사람의 표본 같습니다. 그녀도 눈물 흘리고, 슬퍼하고, 후회합니다. 원론적으로, 살인자를 동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은 동정하게 됩니다.
동수는 마치 우성과도 같이, 엄마에게 버려졌고,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보육원 아이들과 그곳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버팀목 또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해진도 동수와 비슷합니다. 보육원에서 자라지만, 항상 입양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가족이 있고 싶은 마음에, 가족과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관람차를 타고 싶었지만, 정작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어 바깥을 쳐다보지도 못하지요.
상현은 이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항상 빚에 시달리고 있지만, 딸에게는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아빠입니다. 그러나 딸에게서 – 엄마가 아이를 낳을 거라는 –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아마 이 때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족의 형태가 붕괴하면서, 소영과 우성은 지켜주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진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영에게 차가웠던 태도나, 대사들에서 미루어 짐작하건데, 수진은 아이를 사산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극 초반에도, 버릴 거면 왜 낳았냐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래서 마지막에 우성과 함께 있는 가족의 모습에서, 수진은 굉장히 행복해 보입니다.
진실로,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치유하는 하나의 코드로 감독이 사용한 것이 바로 가족애라는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설픈 가족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동수는 절망적인 꿈 얘기를 하는 소영을 보고, 둘이서도 쓸 수 있는 큰 우산을 쓰라고 얘기합니다. 극의 후반부에 비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소영은 동수에게 우산을 가지고 데리러 오라고 얘기하죠. 극의 초반부부터 이어져 온 유대감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상현과의 유대감은 우성이 아플 때 드러났습니다. 소영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혼자였으면 못 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말에 상현이 대답합니다.
“굳이 혼자서 다 할 필요 없어.”
소영의 모두에 대한 유대감이 전해지는 부분은 마지막 밤, 모텔에서 잘 드러납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모두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소영. 그녀가 그런 말을 누구에게 해 줄 일이 있었을까요?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있었을까요? 모든 걸 포기하기 직전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소영의 성격상 낯간지러워서 못할 말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소영에게 가족이 생겼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그에 대답하듯, 해진이 같은 말을 소영에게 해줍니다. 우리의 가족상에서도 그렇습니다. 대답이 없어도 가족의 형태는 유지되지만, 서로 울림이 있을 때 가족은 더 단단해집니다. 해진의 대답으로써, 소영에게 그들이, 그리고 그들에게 서로가 모두 가족이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상현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 이걸 가족애라고 불러야 할 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희생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째서 살인까지 했어야 했을까 –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황 없이 결과만 드러나 있을 뿐이라 판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태호가 우성을 계속 데려가려고 했으므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있었던 일인 것이니까요. 동수와 해진을 비롯해 소영과 우성으로 구성된 그 가족이란 그릇을 깨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인의 가족이 그렇게 파탄난 것과는 정반대로.
이런 모든 관계의 조각들이, 마지막에 보이는 가족 사진에서 맞춰집니다.
전반적으로 저는 영화에 대해서 크게 만족했기 때문에 장점들에 대해서만 얘기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는 단연코 영화적인 도구의 선정입니다. 프리뷰에서도 한 번 적었듯이, 저는 범죄를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경계하는 편인데, 특히 극에서도 송강호/강동원/이지은 배우님들께서 너무 따뜻하게 그려지는 바람에, 아이 인신매매 브로커나 살인범이 그 자체로 보이지 못하고 다 각각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려질까 걱정됩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도 이런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상현을 제외하고 – 그들 모두 법의 판결로 형을 살게 되기는 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마음이 조금 헐거워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굳이 살인이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소영이 우성의 친부를 죽인 것도 그렇고, 상현이 태호를 죽인 것도 그렇고. 비록 일들이 있긴 하였지만, 그것들이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분명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의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요. 추측 정도로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기에는,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단점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합니다. 감독님께서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쩌면 단순히 제가 느끼는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이런 가족애라는 키워드가 드러나는 부분들의 감성이 일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런 느낌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단연코 “태어나줘서 고마워” 인데요. 어쩌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서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몇 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각보다 긴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끼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봤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는 했지만, 동시에 투박하다고도 평가했는데요. 아마 이 일간지는 부정적인 비평으로 사용한 단어 같기는 했지만, 저는 투박하다는 말만큼 가족애에 어울리는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가족을 대할 때, 남을 대할 때보다도 이상하리만큼 더 어색하게, 투박하게 마음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투박한 가족애를 드러내는 영화 ‘브로커’가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배우로써의 이지은 님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는 배우님으로써의 이지은님보다, 가수 아이유의 모습이 더 익숙할 텐데요. 저도 그랬던 만큼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더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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