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 Garland
Natalie Portman, Oscar Isaac, Gina Rodriguez, Jennifer Jason Leigh, Tessa Thompson, Tuva Novotny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전체 줄거리가 있습니다.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줄거리가 먼저, 감상 및 리뷰는 이후에 있으니, 리뷰만 보고 싶으신 분들은 뒷부분(소제목: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쾌함)부터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리뷰에도 스포일러는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에서 온 기괴함
영화는 리나(나탈리 포트만)가 방역복을 입은 연구원들 한 가운데에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연구원이 묻고, 리나가 답하는 형식으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상합니다.
“뭘 먹고 지냈죠? 식량은 2주분만 가지고 갔는데, 그 안에 거의 4개월이나 있었어요.”
“뭘 먹은 기억이 없어요.”
도대체 리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갑니다. 그런데 대부분 대답에서 리나가 할 수 있는 말은 “죽었어요” 또는“몰라요” 밖에 없습니다. 연구원 로맥스(베네딕트 웡)가 묻습니다.
“그럼 뭘 아나요?”
그리고 리나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메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리나는 몰랐겠지만, 그것은 한 등대에 운석 – 혹은 운석처럼 생긴 무언가가 충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리나가 아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 임무 중 연락이 끊겼던 남편 케인(오스카 아이작)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왔다는 것뿐이죠. 그런데 케인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리나는 케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습니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됐어?” “몰라.”
“어떻게 돌아왔어?” “몰라.”
“케인, 집에 어떻게 온 거야?”
“밖에 있었어. 방 밖에. 침대 있는 방 말이야. 문이 열려 있더라고. 당신을 봤는데, 알아보겠더라고. 당신 얼굴을.”
처음에 나왔던, 회상 전 리나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아는 게 없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런데 케인은 보다 더 이상한 것 같습니다. 물을 마시고 내려놓은 컵 속에 피가 잉크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리나는 곧장 응급차를 불러 케인을 병원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응급차를 가로막고 케인과 리나를 데려갑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X구역입니다(영화 내에서 X구역이란 명칭이 나왔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원작 소설에서는 X구역이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리나는 심리학자 벤트리스(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쉬머(Shimmer; 빛의 일렁임)를 보게 됩니다.
“영적 사건, 외계 사건, 고차원 세계. 여러 이론이 있어요.”
안에 들어간 드론이나 군인들 중 그 무엇도 신호를 보내거나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만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나 더 있다면, 계속해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벤트리스를 팀장으로 지질학자 셰퍼드(투바 노보트니), 물리학자 조시(테사 톰슨), 응급요원 애니아(지나 로드리게즈)가 쉬머 안으로 들어갈 계획이라는 것을 들은 리나. 리나는 케인이 쉬머로 들어간 이유가 본인이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불륜의 장면들도 나오니, 보시는 분들은 후방 주의하시길…). 그런 죄책감과 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리나는 팀에 자원해서 쉬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틀어진다면 어떨까?
쉬머에 들어가자마자 팀은 기억을 잃습니다. 그들이 깨어난 순간, 그들은 그저 어떤 위치에서 캠프를 차렸고,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거기서 일어났다는 것뿐입니다. 거기서부터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팀은 모험을 시작합니다. 쉬머가 시작되었으리라고 생각되는 등대를 향해서 말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은 호숫가에 버려진 집을 발견합니다. 그 근처에서 리나는 또다른 이상한 것들을 발견합니다. 꽃들이었죠. 꽃들은 본래 같은 종이었던 것 같아 보이지만, 굉장히 다른 모양을 가진 꽃들을 발견합니다.
“마치 연속적인 돌연변이에 갇힌 것 같아요.”
“병적인 건가요?”
“이걸 사람에게서 발견했다면 매우 병적이라고 했겠죠.”
쉬머 안에서는 방사능에 피폭되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이상한 것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곧이어 집 안을 점검한 조시는 집이 버려진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에 훅 당겨져 물 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애써 구한 후 물러나니 거대한 악어가 호수에서 튀어나오는데요. 팀을 공격하려고 다가오는 악어를, 전직 군인이었던 리나가 침착하게 쏴서 죽입니다. 그리고 확인한 악어는 기이하게도 상어와 비슷한 이빨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 유전자 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어찌 되었던 악어를 죽이고, 근처에 있던 배를 사용해 길을 떠납니다. 호수를 기반으로 지리를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팀은 군사 시설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베이스 캠프를 마련합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직전에 왔던 팀의 영상 기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주 기괴한 것을 봅니다. 남편 케인이 팀원의 배를 가르는데, 배 속에서 장기처럼 보이는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치 지렁이나, 지네나… 그런 길쭉한 벌레처럼 말이죠. 영상을 본 팀원들은 충격에 빠집니다. 벤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에게 케인이 남편이란 걸 밝히지 않았던 리나는 남몰래 더욱 충격을 받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팀원들이 다들 케인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케인이 남편이란 걸 밝히기엔, 너무 힘든 환경입니다. 심지어 이전의 팀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들이 잘못 본 것이라고, 또는 빛의 번쩍임 때문에 잘못 보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곧이어 영상 속의 장소를 발견한 벤트리스와 팀원들은 움직이는 장기를 가진 사람이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악성 종양과도 같은 모양의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뒤숭숭한 가운데 불침번을 정하고 잠을 청하는데, 그날 밤 일이 터집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셰퍼드를 끌고 갑니다. “도와줘!” 소리지리는 셰퍼드를, 결국 찾지 못합니다.
아침이 밝고, 애니아와 조시는 다시 쉬머 밖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벤트리스는 강경합니다. 그리고 리나는 애니아와 조시를 이렇게 설득합니다. 여기서 쉬머 밖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등대로 가서 해안가를 따라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애니아는 많이 불만스러워 보이지만, 결국 팀은 다시 길을 나섭니다.
팀은 또다른 집에 도착합니다. 해안으로부터 걸어서 2시간 거리의 집이었죠. 날이 저물어 가는 까닭에 여기서 머무르고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식물이 사람과도 같은 모양으로 자라 있죠.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조시가 이를 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말합니다.
“처음에는 쉬머에서 라디오파를 차단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광파는 차단되는 게 아니고 굴절되고 있어요. 신호가 사라진 게 아니고, 변환된 거예요.”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쉬머는 프리즘 역할을 하고, 모든 것을 굴절시키고 있어요. 모든 DNA까지 말이죠.”
그날 밤, 애니아는 모두를 기절시키고 의자에 묶어 놓습니다! 리나가 케인을 남편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 때문이었는데, 셰퍼드가 어둠 속에서 사라진 것도 모두 거짓말인 것으로 의심하죠. 감정이 폭발한 탓인지 리나를 죽이려고 하는 애니아. 그런데, 죽은 것으로만 알았던 셰퍼드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도와줘!”
애니아가 곧 뛰어나가지만, 돌아온 것은 애니아가 아니고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곰 – 곰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괴상한 얼굴을 가진 동물입니다. 뒤늦게 다친 채로 나타난 애니아 덕분에 곰을 죽이지만, 그 과정에서 애니아도 죽습니다. 턱이 모두 뜯겨져 나간 채로, 잔인하게. 벤트리스는 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밤중에 홀로 등대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다음 날 아침, 리나는 길을 떠나자고 조시에게 말을 합니다. 그러나 조시는 어제의 일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벤트리스는 직면하고 싶어하고, 당신은 싸우고 싶어하는데, 나는 둘 다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조시의 몸에서는 풀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어딘가로 걸어가는 조시. 리나가 뒤늦게 뒤를 쫓지만 조시는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풀이 되었는지도 모르죠.
결국 리나는 혼자 등대로 향합니다.
등대, 그리고 소멸(Annihilation)
리나는 등대에 도달합니다. 또, 또다시, 또다시 이상한 것들을 마주합니다. 소금 결정으로 된 것 같은 빛나는 나무들. 왜인지 모르게 등대 앞에 나열된 해골들. 등대 안은 더 기괴합니다.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난 이끼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들과, 지하로 통하는 어두운 구멍. 그리고 탄 시체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탄 시체 방향을 찍게끔 놓인 카메라가 있어서, 리나는 그것에 녹화된 영상을 봅니다.
영상 속에는 몇몇 아주 이상한 장면들과 케인이 있습니다.
“살이 액체처럼 움직이고, 정신은 끊긴 것 같아요.”
“여기서 나가게 되면 리나를 찾아요.” “그럴게요.”
케인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을까요? 대답이 들립니다. 그리고 케인은 백린탄으로 자살합니다. 탄 시체가 바로 케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영상 속의 타고 있는 케인의 앞으로 다른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케인입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충격에 떨고 있는 리나의 귀로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먼저 왔을 벤트리스를 생각하며, 리나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지하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벤트리스는 무언가가 자기 자신을 있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로 부수고 있다고 말한 뒤, 입에서 빛을 뿜어내며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빛은 아주 영롱하고 신비한, 마치 별의 폭발이나 블랙홀과 같은 모양새로 리나를 매혹하는 듯 리나의 눈앞에서 떠있다가, 리나의 피를 한 방울 받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은 알루미늄과도 같은, 뚜렷한 윤곽이 없는 사람의 형체로 변합니다.
이것은 마치 리나를 거울처럼 따라합니다. 그런데 리나가 등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습니다 – 이것이 거울상으로 따라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리나는 ‘이것’이 거울상으로 따라하는 것을 이용해 케인의 짐에 있었던 백린탄을 집어서 그것의 손에 쥐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완전히 리나의 모습으로 변했다가, 백린탄에 의해 타버립니다.
리나는 그 틈을 타서 등대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이것’은 백린탄에 의해 타면서도 무언가를 찾아가듯 다시 지하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을 없애려는 것처럼 등대를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등대 바깥에 있는, 쉬머로 인해 생겨난 것들도 불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리나의 회상이 끝납니다.
리나는 연구원 로맥스에게 이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쉬머는 사라졌고, 케인은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리나는 케인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등대에 있었던 영상에 보았듯, ‘이 케인’은 케인의 복제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케인이 아니군요. 아니죠?”
“아닌 것 같아요.” – “당신이 리나인가요?”
리나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케인은 리나를 끌어안고, 둘의 눈동자는 무언가 다른 색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이 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쾌함
전반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중반부까지의 장면들과 후반부로 나눠집니다 – 저는 그랬습니다. 중반부까지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들도 나오지만, 이를 설명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가 종단에는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기괴한 장면들이 더 기괴한 만큼 그런 기대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후반부는 온갖 기괴한 것들이 추가적으로 나오면서도, 그런 것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오지 않아서 굉장히 답답한 상태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아마도 원작 소설의 작가는 이를 의도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가 전반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이 대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괴기스러운 것들과 그것으로 인한 광기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이 영화를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보는 것은 좋은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 영화를 그냥 있는 그대로의 괴기로 받아들이면 많은 것이 편해집니다. 가령 과학과 관련된 부분이 그렇습니다. 사실 조시가 심각한 표정으로 멋들어지게 설명했지만, DNA가 굴절된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Hox 유전자니 뭐니,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어쨌다느니 하는 말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사람 몸에서 자라는 풀처럼 말이죠. 차라리 이런 부분들도 설명하려는 시도 없이 기괴함으로만 남겨 놨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장면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얘기하겠습니다. 기괴함을 추구하는 만큼,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장면들이 자주 튀어나옵니다. 위에 줄거리 부분에서 첨부한 사진들로 볼 수 있듯이, 사람에게서 피어나온 독특한 구조의 무언가. 사람 형상으로 생긴 식물들. 사람 몸에서 피어나는 식물, 사람 말을 하는 곰. 이런 설정들, 이런 장면들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신비한 감탄이 터지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이렇게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고, 새로움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와 적절히 곁들여지는 음악들도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기괴함, 신비함을 드러내는 음악이 별로인 분들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아하’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반부 케인이 집에 돌아왔을 때의 유리잔과 리나가 회상을 끝낸 후 보이는 유리잔을 집중해서 보시면 더 재밌고 의아한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리나는 정말 리나일까요?
기괴하고 독특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릴 만한 영화, ‘서던리치: 소멸의 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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