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꼬일 수 있나… 돈도, 인생도…
여기에 취준생 민재(김무열)가 있습니다. 민재는 엄마의 병원비를 위해 사채를 쓰고, 이제는 수술비를 마련해야 합니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방도 빼지만, 그것으로는 돈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웬걸? 도박으로 잭팟을 터뜨려 부족한 만큼의 돈을 충당하게 됩니다! 허나 운수가 좋더라니, 도박장에서 사채업자 양아치(김민교)를 만나 돈을 모두 뺏기고 맙니다. 민재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도 부탁해보지만, 당연하게도 민재를 도와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이제 아무런 희망이 남지 않은 민재는 결국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 시각, 양아치는 백 사장(임원희)에게 명령을 받고 총을 킬러 박(이경영)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총은 시가 아래 숨겨져 있어, 양아치는 단순히 시가를 운반하는 일을 맡은 것으로 알게 됩니다. 이에 빈정이 상한 양아치는 주변을 지나가던 택배기사(오정세)를 협박해 일을 수주합니다. 마침 킬러 박은 민재의 옆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우고 있었습니다. 마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을까요? 민재가 자살을 시도하려 하고 있던 딱 그 시간에, 택배기사는 옆집인 민재에게 택배를 맡기려고 문을 두드립니다.
이리저리 꼬이고 꼬인 상황으로 인해 총을 손에 얻게 된 민재. 이것이 진짜 총이라는 것을 확인한 민재는 이제 이것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이 상황에 같이 꼬이게 된 문상렬 의원(전광렬), 최영환 형사(박희순)까지. 이들의 운명은, 그리고 돈은 어떻게 될까요?
(아래 내용에서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만약 내가…?
영화는 순간순간마다 극적인 장면들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그런 분기점으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사실 시작부터가 그렇습니다. 만약 내가 민재였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하는 질문은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한 가지를 꼽자면, 총을 갖게 된 민재입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서 총을 갖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민재는 총을 갖게 되자, 사채업자 백 사장에게 가 돈을 뜯어냅니다. 사실 민재가 가진 선택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 겁니다. 총을 가지고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제가 생각해도 많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한국은 총기 소지가 허가되지 않은 국가라, 총으로 누군가의 돈을 털려거든 무력시위가 반드시 필요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무조건 덜미를 잡혀 감옥에 가는 것으로 끝나게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백 사장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였습니다. 음지에 있는 인물이고, 건물 깊은 곳에 숨어있어 뒤탈이 적은 인물이었을 것이니까요 – 민재가 그것을 알고 행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저는 제3자로써 영화를 지켜본 인물이니 이런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민재의 상황에 간다면 아마 저는 함부로 백 사장에게 가는 일은 못 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못 본 척, 모르는 척 옆집에 총을 넘겨주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진짜 총기라니,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섭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실 잘 모르겠다, 하는 것이 더 주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상황들이라면 얼추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저를 그 상황에 대입시켜보고, 아 이렇게 했겠다, 하고 예상하겠지만, 민재의 상황은 굉장히 극한으로 치달아서, 삶의 최악의 궁지에 있는 상황이니까요. [고지전] 리뷰에서 썼듯이, 이렇게 완전히 생소한, 아예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항상 상상으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상황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어떤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나요?
코믹한 분위기의 뒤에 그림자처럼 뒤따라오는 무거운 현실
전반적으로 극의 분위기는 코믹합니다.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듯,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었고, 한 번씩 웃고 지나갈 장면들이 나오면서 극의 분위기를 계속 환기시켜 줍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킬러 박이 암살 연습을 하는 장면입니다. 한창 킬러 일을 쉬다가 다시 의뢰를 받으면서 칼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데, 던지는 족족 실패합니다. 연습만 그럴까요? 실전에서도 계속 실수를 하면서 어수룩한 모습의 암살자로 나오는데, 이런 장면들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물론, 실제로 킬러 박이 암살을 성공했으면, 이런 코미디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삶이 고단한 택배기사도 그렇습니다. 택배기사는 자신을 협박한 양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데, 심지어 민재조차도 택배를 제대로 맡아주지 않자 계속 불평을 뱉어 냅니다. 마냥 웃기기보다는, 웃기면서도 마음 아픈 장면이기는 한데, 오정세 배우님께서 연기를 워낙 찰지게 해주셔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코믹한 분위기들 뒤에 객관적으로 적어보는 현실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사채 빚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민재. 위에 적었듯, 함부로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어려움 때문에, 총을 얻고 그것으로 돈을 뺏는 등 추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박 때문에 자신의 총을 담보로 내건 최 형사, 집까지 양아치가 찾아와 괴롭히는 택배기사, 그리고 결국은 그를 뚜드려 패 살인미수를 저지르기까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코믹하게 연출되어서 그렇지, 한 겹 뒤로 보이는 현실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다 보고서는 킬링타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리뷰를 적으면서 보니 한 번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보고 싶으신 분들께 한 번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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